2024년 8월 3일 어제 나는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내가 아주 좋아해 마지 않는 배우인 에디 레드메인이 노래하고 연기하는 '카바레' 앳 더 킷 캣 이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보았다. 몇 달 전부터 보기위해 공연이 거의 나오자마자 예매하고 보게된 뮤지컬이였다.
회사를 조금 일찍 나와야한다는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이도 한국에서 손님이 오셔서 대표님이 일찍 회사를 나가시는 덕에, 나 역시 조금 일찍 뉴욕가는 기차를 탈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오신 다른 일행분도 비행기를 타기 전 친구를 만나러 뉴욕에 마침 가신다고 하셔서 겸사겸사 모셔다 드리는겸 일찍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Dey Rd.에서 하도 신호가 짧아, 기차 시간에 조금 늦어 가지 못할까 염려했는데, 그래도 다행이 딱 2분 정도를 남겨 놓고 탑승하여 한국의 영업 상황, 그리고 한국 회사 상황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오다보니 그래도 시간이 금방 1시간 13분이 지나 어느새 뉴욕 펜스테이션에 다다르고 있었다.
비가오기 전이라 그런지, 날이 아주 후텁지근하였다. 내가 입고간 분홍색 자켓을 다 벗어제끼고, 민소매로 뉴욕 도시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지난번 뉴욕에서 엄마아빠와 함께 먹었던 'Rasing Cane'이라는 fast food가 굉장히 맛있었던 기억이라, 이번에도 꼭 먹고 관람을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내리자마자, 타임스퀘어 반대방향으로 걷고있었고, 한 10여분을 그렇게 걸어가다가 점점 lower 맨해튼으로 걷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 다시 방향을 틀어 제대로 갈 수 있었다. 몇번을 오는데도 이렇게 익숙하지 않는 씨티의 길은 참, 아니면 내 방향감각이 나이를 먹음에 따라 조금씩 소실되는 건지. 금요일 인데다가, 관광객들이 여름을 맞이해 다들 뉴욕으로 놀러온건지 인파가 정말 어마어마한 날이였다. 어쨌든 목적지인 Rasing Cane에 도착해 핑거 콤보를 주문하고 앉아서 먹을 자리를 찾아 피곤한 다리를 잠시 쉬어주고 있었다. 정말 젊은이들이건, 뉴욕을 방문한 가족들이건 다들 이곳에 들어와 빠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거나, 기다리고 있었다.
15분 정도를 앉아서 기다렸나, 주문한 음식이 나와서 자리에 앉아 15분 정도안에 음식을 다 먹어야, 또 10분 정도를 걸어 극장에 안전히 도착할 수 있다는 강박과 함께 음식을 입에 집어 넣고 있었다.
사실, 음식을 주문하고 나서부터 비가 아주 장대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먹을 때는 다 먹을 때쯤 끝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다 먹고난 후에도 비가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 시간 전에는 도착해야했기에 마냥 음식점 문 앞에서 비가 그치기 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지갑 안에 있던 현금을 털어 가판대에서 파는 우산을 사기로 마음 먹었다. 다행이도 내가 가진 현금은 11불이였고, 우산은 5불이였기에 비를 막을만한 크기의 우산을 구매하여 극장까지 쓰고 갔다. 가는 길에 비가 그쳐 약간은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라는 후회아닌 후회의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래도 딱 알맞은 시간에 극장에 도착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극장 밖에서 사진을 한장 찍고, 바로 안으로 입장했다. 입장할 때에는 극장 안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카메라 렌즈를 스티커로 가리기위해 붙여 주었다. 뮤지컬 관계자들이 이 무대 디자인이나, 연출과 관련된 결과물들이 아직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위해 굉장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이는 극장 안에 들어가자, 정말 왜 그러는지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부는 어두컴컴했지만, 전반적으로 정말 독일 베를린의 어느 클럽 혹은 카바레에 온것 같은 느낌이 났고, 몰랐지만 이 뮤지컬의 배경인 베를린의 어느 신비한 곳에 온 것만 같이 화장실의 남녀구분 표시도 다 독일어로 적혀있었던것을 1부가 끝나고나서야 알 수 있었다.
공연은 내가 알고 있는 뮤지컬과는 달리 이색적이었고 약간 난해하면서도, 아주 색달랐다. 물론 에디의 연기는 단연 으뜸이였고, 그의 목소리와 몸짓은 최고 중 최고였다. 신기한 동물 사전에서 정말 방금이라도 튀어나온것만 같이 연기를 어쩜 이렇게 멀리서도 그가 맡은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것인지, '정말... 멋있고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런 연기를 하기위해 그가 자신의 직업에 쏟아 부었을 시간과 그 열정 이런것들은 감히 내가 헤아릴 수 없겠지만, 한 공간안에 그리고 한 시대를 그런 사람과 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에 또 한번 가슴이 벅차올랐다.
어쨌든, 공연은 뒤로 가면 갈 수록 나치와 2차 세계대전, 그리고 이런 것들이 사랑의 장벽이 되는,,,이런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해 내가 기대했던 그런 plot이 아니였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나름 비오는 날의 뉴욕을 작은 우산을 쓰면서까지 도착하고 낭만이 가득한 그 theater안에서 아름다운 배우들이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을 볼 수 있음에 벅차올랐다. 이런게 삶인거겠지...
뮤지컬의 줄거리는 내가 원했던 것과는 달리 명량하고 쾌활하기보다는 내게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남겨주는 그런 전개였다. 이런 종류의 뮤지컬 역시 가끔은 필요하지...라며 계속 스토리를 곱씹어 보았다. 영어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안타까움도 이 공연을 보는 내내 한몫했다는 것은 내 스스로를 앞으로 더 열심히 영어공부에 매진해야한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요소였다.
돌아오는 늦은 기차 안은 술에 취한 젊은이들로 북적대고 다소 씨끄러웠지만, 그래도 잘 도착하여 집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내 삶에 얼른 다시 에디 레드메인과 같은 설레임이 가득한 하루가 찾아오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